사람의 목숨이라는 것...

행운을 빌어주세요.

sinbaku 님은 내가 이글루를 가동하기 한참 전...그러니까 고 1때 우연히 알게 된 일러스트 작가 분이시다.

당시엔 블로그라는 개념이 희박했기에 홈페이지를 가지고 계셨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일러스트에 환장하는 사람으로서 우연히 발견한 좋은 일러스트를 마음껏 구경했다. 눈팅만 실컷하기만 했는데 어느 순간인가 홈페이지가 문을 닫고 사라지고 말았다.

당시는 저작권 개념이 땅을 기던 시대였다. 지금처럼 저작권법이 쌘 것도 아니어서 무단으로 퍼가거나 도용하는 건 일도 아니었고, 그런 일로 팬을 꺾는 분들이 많은 때였다. 나도 그러리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현실의 일에 바빠서 홈페이지 관리를 못하다 계정을 날렸구나 하고 말이다. (또 당시엔 계정폭파 되는 일도 많았다.)

결국 찾아가는 일이 없어진 홈페이지지만 즐겨찾기에 여전히 남게 되었다. 주인장은 좋아 보인다고 생각하면 언제 찾아갈지 몰라도 무조건 즐겨찾기에 추가하는 버릇이 있다. 포멧할 때 실수로 날려먹은 적이 많다만 지금도 즐겨찾기 목록을 펼치면 200개 정도가 펼처진다. sinbaku님의 홈페이지는 그렇게 즐겨찾기 한구석에 끼여서 점점 잊혀저 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 날 즐겨찾기 순례공연을 들어갔는데 sinbaku님의 홈페이지가 문을 연 것이 아닌가. 참 기뻐했다. 이전의 그 일러스트를 다시 볼 수 있고, 다른 작품들도 다시 나올 것 - 멈춰진 이야기가 다시 돌아갈 것이 참 좋았다.

같이 시작된 블로그에 가봤더니...여태껏 활동을 못하고 홈페이지 문을 닫은 이유는 백혈병 때문이란다.

백혈병이라...사실 인연이 없는 병은 아니다. 내가 초등학교 5학년 쯤엔가 절친했던 친구 한 녀석이 이 병에 걸려서 생과 사를 오간 적이 있었고, 결국 1년 만에 돌아온 녀석의 모습엔 죽음과 싸우고 돌아온 흔적만이 남아 있었다. 아직도 기억한다. 항암제 때문에 빠진 머리를 감추기 위해 쓴 모자와 건강하지 않음을 상징하는 하얀 마스크. 그리고 수척해진 얼굴에 남은 건 반가움도 없는 눈빛.

나는 빌었다. 제발 살아서 돌아오길.

나는 웹상에서 사람의 죽음 - 아이디만 아는 사람의 죽음을 경험한 적이 있다. 뇌종양을 가지고 계시던 분이셨다. 그래도 좋아하는 게임을 하고 장난스러운 글을 남기고 하시던 분이셨다. 가끔 게시판에 올라오는 그 분의 수술 후기엔 머리를 파헤친 고통과 삶에 대한 집착이 보이곤 했다. 그리고 올라온 수술 일자가 잡혔다는 말. 다들 건강해지기를, 수술 결과가 좋기를 빌었다.

그러나 다음날 올라온 글은 그 분께서 돌아가셨다는 말이었다. 몇년 몇월 몇일 몇시에 어느 병원 수술실 수술대에서 수술 중 상태 악화로 요절하였다....

글을 올린 사람은 그 분의 친구로 고인의 유지에 따라 글을 올린다고 말했다. 그 분은 죽음을 예감하셨나보다. 고인의 유지. 남겨진 사람들은 한동안 그에 대한 기억과 유지라는 절대명령 하에서 살았고, 나 또한 추모의 글을 달면서 그랬을 것이다. 가끔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다 그 분의 이야기를 꺼내곤 한다.

단지 글로 이루어진 한 사람의 죽음의 과정은 사람의 목숨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생각하게 해주었다.

사실 사람의 목숨이라는 것은 허망하다고 생각되어지기고 한다. 여러 의사가 전력을 다해 간신히 이어나가는 목숨과, 가질 것 다 가진 유망하고 건장한 목숨이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것을 보면 사람의 목숨에 걸린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없게 만든다. 따질 것 없이 제일 큰 가치인 목숨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생각해야하는 내가 미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목숨은 태어나기도 어렵고 죽기도 어렵다고 말하고 싶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이의 마음엔 목숨을 이어 나가려는 의지보다 더 무서운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이다. 그 무서운 것이 생명유지의 의지를 이기는 순간 아주 어려운 죽음이 선택되는 것이다. 병마와 고통스런 싸움을 해가는 이들도 최악의 순간에 기적적으로 살아나기도 하고, 모두의 바람을 뒤로 하고 죽음의 길로 들기도 한다. 투쟁과 많은 염원 속에서 목숨이 삶과 죽음 중 한 쪽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 과정은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냉정하게 끊는 것이 아닐 것이라고만 생각한다.

죽어 마땅한 목숨이 많은 세상이지만 나는 누군가의 목숨이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든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제발 살아나기를 바란다. 다시 땅 위를 걷고, 말하며, 숨쉬기를 빈다.누군가의 죽음 뒤에 남는 것은 과거의 기억과 잠시 깊었던 슬픔만이 남기 때문이다.

sinbaku님께서는 석달 안에 글이 올라오지 않으면 자신을 잊어달라고 적으셨다.

어찌 그럴 수 있겠습니까? 죽음이라는 것이 그렇게 쉬운 겁니까? 돌아오세요. 꼭 살아서 돌아오세요. 제발요.

by gordon | 2005/09/30 20:38 | 손으로 말하고 눈으로 듣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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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해해성원짱 at 2005/10/01 23:50
.... 사람의 죽음이라.... 솔직히 저는 두렵습니다... 죽기싫어요-_-
Commented by at 2007/07/18 03:10
신바쿠님 어떻게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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