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찬성론자들이 하지 말아야할 소리

사형제도 존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 니가 피해자가 되면 그런 소리할 수 있을까?

필자의 경우 댁의 부모가 죽었으면 그런 소리할 수 있냐는 소리를 들었는데 이젠 질리다 못해 짜증이난다. 우리는 제 3자다. 사형에 관련된 어떠한 일에도 연관이 없기 때문에 모니터 보면서 이 지랄 떨 수 있는거다. 당장 당사자라면 인터넷으로 이럴 게 아니라 피켓들고 거리에서 소릴 지르거나 하다 못해 방송에 직접 투고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 되물어 보겠다. 당신은 부모가 연쇄살인마한테 죽어서 토막난 다음 쓰레기봉투에 담겨서 버렸기 때문에 그렇게 사형을 찬성하는 건가? 정말로 당신이 피해자의 유족 쯤이라도 된다면 나는 입 다물고 앞으로 이런 글 따위 올릴 이유도 없다. 아니라면 잘 살아있는 남의 부모 들먹이지 마라. 

하긴 모니터보고 키보드 깨작대며 별의 별소리 다 할 수 있는 입장인데 무슨 소리를 못할까? 사형을 반대하는 입장이니 찬성하는 사람에게 댁은 머리에 용수가 씌어지고 목에 밧줄이 걸려봤냐고 말해 잘 살아있는 남의 부모 들먹이는 바보와 동급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애시당초 그런 말은 하지도 말라는 소리 밖에 못하겠다.

우리는 어디까지나 제 3자다. 그렇게 될 가능성은 있겠지만 정작 당장은 당사자가 아니다.

(좀 더 예를 들어볼까? 우리나라 국대 선수 씹을 때마다 올라오는 소리가 있다. 그럼 니가 축구해봐라. 이거하고 '니가 피해자가 되면 그런 소리할 수 있을까?' 와 근본적으로 같은 소리다.) 


2. 인권 따위 무슨 소용이냐?

참으로 기가 막히는 말인데 대한민국 헌법과 형법 어디에도 극악한 범죄자의 인권을 박탈한다는 조항은 없다. 그런데 무슨 인권 박탈이니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버린다는 소리가 나오는지 궁금하다. (기본권의 제한이라는 내용은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부분은 제한할 수 없다. 사형도 엄밀히 따지자면 타인의 생명권 침해에 대한 범죄자의 생명권 박탈이지 인권 그 자체는 범죄자로서 제한 받는 것이 전부다.)

인권 보장에 대한 내용은 헌법관련 서적을 보면 그 이유과 필요성이 사람 머리 쥐어터지게 많이 나오니까 여기 구지 적진 않겠다. 자 세상이 미치고 정부가 맛이 가서 범죄자의 인권을 박탈한다는 법을 만들었다고 치자. 이는 지난 근대에서 부터 인권 보호를 외쳐온 사람들에게 침을 뱉는 행위다. 역사적으로 인권의 침해는 국가라는 공권력의 횡포에 의해 자행되어 온 것이 사실이며, 오랜 투쟁 끝에 인권의 국가로부터의 보장을 받아내어 인권 보장의 법제화와 제도화를 이루는 쾌거를 이끌어냈다.

극악한 범죄자의 인권을 박탈하자는 소리는 국가로 하여금 국민의 인권 침해를 허락한다는 소리와 같다. 위에서처럼 정말로 범죄자의 인권 박탈을 법제화 시킨다면 이는 국가로 하여금 범죄 이외의 이유로 인권을 박탈시킬 수 있게 하는 빌미로 작용하게 된다. 아닐 것 같다고? 범죄자의 인권 다음으로 박탈 당하는 인권은 당신의 인권일수도 있다.(국가 입장에서는 인권 지키기가 귀찮다. 뭐든 간에 하려고 하면 걸리는게 인권이기 때문에 국가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만약 국가가 정책 등을 집행하는데 있어 인권을 무시해도 된다면 희생라는 개념도 없는 국가에 의한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과거 나치는 아리안 민족의 혈통을 더럽힌다는 이유로 장애인을 모조리 잡아다가 가스실에 처넣었다. 가스실에 들어가야만 했던 그들은 범죄자가 아니었다. 이런 상황이 안벌어지리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


3. 되도록 잔인하게 죽여라. 어째서 그렇게 쉽게 죽이느냐?

사형이 언도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사형은 유일한 생명형으로서 법정 최고형이라 불린다. 간단히 죽이는 것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전부 끝내 버리는 궁극의 형벌인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뭐 찬성론자들이 바라는 대로 사형시키기 전에 매일 같이 후드려패고, 껍데기를 벗겨다가 소금에 절이자. 기왕이면 눈알도 뽑아야지.....지금이 무슨 조선시대인가? 현대형법에 있어 범죄에 대한 처벌은 생명형(사형), 자유형(징역, 금고, 구류), 명예형(자격정지, 자격상실), 재산형(벌금, 과료 및 몰수)으로 분류되며 일부 중동국가나 싱가포르의 경우 태형이 남아있기도 하지만 거의 모든 국가에서 육체에 직접적인 가해를 가하는 형벌을 없앤지 오래다.

고문과 구타는 대표적인 인권침해의 예이며 현대 형법에 있어 가당치도 않은 것들이다. 사형을 언도 받았다 해도 인간답게 죽을 권리는 있다.(범죄자라도 인권은 있으니까) 사형당하기 전에 지옥을 맛보여야 한다는 주장은 중세시대에 가서나 해라. 착각 하지마라. 우리는 현대의 형벌로도 이렇게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다. 극악범이라고 불에 달군 인두로 지지고 칼로 생살을 도려내는 야만의 시대로 돌아갈 수도 없고 돌아가서도 안된다.

현대 사회에서 위에 열거한 4가지 종류의 형만으로도 충분하다. 도둑질이라는 죄에 손목 절단이나 교수형을 언도하는 장면을 보고 싶은 건가? 죽을 죄를 지었으니 십자가에 매달아 창자를 드러낸 다음에 시내 한복판에 내걸어야만 속이 시원하겠는가?



사실 사형찬성론자들 중에 저 3가지의 말에 걸리지 않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것 같아 개탄스럽기까지 하다. 감정으로 사람 목을 메다는 장면이 그렇게도 보고 싶단 말인가? 양형에 대한 생각은 없는 건가? 인권이 무슨 사고 파는 물건으로 보이는가?

그대들이 그렇게 외쳐대는 사형제도가 언젠가는 외친자의 목을 조를 것이다. 그때 가서는 또 어떤 주장을 할 것인가?


PS. 당연한 이야기가 안 통하는 걸 보면 뭔가 잘못된게 틀림없다.

by gordon | 2006/04/09 15:45 | 손으로 말하고 눈으로 듣기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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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iga at 2006/04/10 01:05
1번 3번에 관한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에서는 동의하지만 2번은 좀 애매하군요.. 인권이라...
인권이란 하늘에서 내려와서 태어나면 저절로 주어지는 무슨 권리가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서 서로를 존중하겠다는 약속을 바탕으로 만들어 지는 것으로 인권역시 사람이 만들어 낸것이라는 입자이라..
물론 아예 인권이 없어서 고문 등을 해도 괜찮어라는 건 아니지만 무조건적인 성격을 띄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gordon at 2006/04/10 02:49
천부인권이라는 말은 인권의 보장을 위해서 나온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늘이 내려준 것이든 아니든 인권이 지켜지는 것은 어디까지나 타인에 의한 것이니까요. 하늘이 내려줬다고 말하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죠. 범죄자라고 무시하는 것은 엄연한 약속의 위반이겠죠.
Commented by 우둔한 남자 at 2006/04/10 17:14
글쎄요. 1번의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것은... 저는 군복무를 경찰서 의경으로
했습니다만 덕분에 살인사건 현장검증의 현장정리에 동원된 적이 몇 번인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때마다 피해자 유가족이 용의자를 향해 던지던 한맺힌
울부짖음과 무서운 저주의 말들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그리고 그때
이후로 사형제 논란이 나올 때마다 생각한 것은, 내가 만약 그 입장이라면
과연 '인권'이라는 이유로 범죄자의 목숨만은 지켜달라고 할 수 있을까. 라는
것이었습니다. 사형찬성론자들이 그 주장을 계속 들고 나오는 것은 꼭 논쟁에
이기기 위함이 아니라, '나라고 해서 그 상황에 빠지지 말라는 법은 없다.
과연 그때도 나는 나의 분노보다 피해자의 인권을 우선시 할 수 있는가'라는
자기반성적 사고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가능성'이 있다면 그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도 있겠죠.
Commented by gordon at 2006/04/10 20:18
당사자들의 외침은 어쩌면 정당한 것이겠지요. 하지만 지금 이렇게 떠드는 사람 중에 당사자와 관계라도 있는 사람이 있을지는 의문이군요. 우리는 피해자의 가족을 보고 가슴아파하고 동감할 수는 있지는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죠. 사형제도 찬성이나 반대를 외치는 사람 둘 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찬성론자들의 대부분은 자기가 마치 당사자인장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외치는데 사형에 관해서 얼마나 알고 있기에 그렇게 외쳐대는지 궁금하군요.
그리고 지금 이글의 중점은 사형제도라는 법적 제도에 대해 찬성을 하는 사람이 하지 말아야 할 주장을 설명하는 것이지 개인의 비극에 의한 감정적 주장의 가능성을 따지는 것이 아닙니다. '정의를 위해서!'라고 외치며 맹목적으로 빠져들면 어떻게 될지는 뻔합니다. 정의를 가장한 악행이 벌어질 뿐입니다.
Commented by rgc83 at 2006/04/11 02:15
질문 하나. 사형찬성론자들의 주장 중에는 '필요없는 싹은 잘라버려야 다른 싹이 잘 자라는 법'이라는 논리도 있던 것 같은데, 이 논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Commented by gordon at 2006/04/11 08:44
사회암적인 존재를 없앤다고 해서 사회의 안녕이 구현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형을 선고받는 범죄자를 사회에서 필히 제거해야할 존재로 규정짓는 것인데 실제로 사형수들을 모두 사형에 처한다고 해도 그네들이 원하는 사회는 오지 않습니다. 극악한 범죄만이 다른 싹을 방해는 것도 아니고, 범죄자를 사형시킨다고 해서 다른 싹이 잘자랄 것이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필요없는 싹은 잘라버려야 다른 싹이 잘자라는 법'(이하 싹 논리)이라는 논리는 먼저 극악한 범죄자들을 마치 사회의 모든 문제의 시발점인양 과대포장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으며, 둘째로 사형을 언도받은 범죄자에 대한 처벌이 필수적인 것처럼 꾸미고 있습니다.
사회에서 좋은 싹이 자라지 않는 이유는 수두룩 합니다. 범죄가 한몫거들 수 있다고 해도 수많은 이유들 중 하나이며 이러한 이유들 중에는 사회 내부의 시스템의 잘못이나 많은 사회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 오류 등으로 발생하는 것도 있습니다. 싹 논리는 단편적으로 고칠 수 없는 문제를 마치 한가지 방법이면 해결된다는 식으로 몰아부쳐 범죄에 대한 처벌에 '처벌' 이상의 의도를 부여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Commented by park at 2008/06/16 03:36
타인의 가장 중요한 권리인 생명권을 빼앗아서 그 댓가를 치루는 자에게 권리를 보호하려고 애쓰는건 아이러니 하죠. 국가의 입장에선 공공의 이익을 해치거나 선량한 국민을 지키고 범죄자를 심판해야할 의무가 있는거죠. 그렇다면 그 사형수들을 감옥에 평생을 가둬놓는것은 인권을 보장하는 일인가요? 아니면 사형폐지론자들은 그사형수들을 풀어주라는건가요? 물론 개개인의 모든 권리를 지켜줄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한 사회로 묶여진 만큼 국가의 입장에선 사회와 선량한 국민을 지키는것이 우선입니다. 그 사회에서 타인의 권리와 공공의 이익을 해친다면 사회에서 영원히 추방시켜야 하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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